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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햄릿] 중에서



햄릿 : 더러운 육체여, 녹고 녹아서 이슬이나 되어라. 세상사 귀찮다. 멋없고 진부하다. 무익하다. 에라! 더러운 세상, 잡초만 무성하고 악취가 코를 찌르는구나. 여자란 별 수 없군. 아버님관을 따라가던 신발이 닳기도 전에 삼촌의 품에 안기다니, 개새끼라도 더 오래 슬퍼했을 것이다. 눈물의 소금기가 마르기도 전에 결혼을 해? 삼촌하고? 쌍! 세월 더럽게 빠르네. 그렇게도 재빨리 불륜의 침대속으로 기어 들어갔단 말인가? 두고 보지. 시작이 안 좋으면 끝도 안좋아. 절대로 좋지 못해




클로디어스 : 착하고 갸륵한 마음씨로다, 돌아가신 부왕을 애도하는 햄릿이여.
하지만 생각해 보라. 너의 아버지께서도 역시 그 아버지를 여의셨고, 그 아버지 또한 아버지를 여의셨다. 그리하여 유족들은 자손 된 도리로서의 효성으로 일정 기간 반드시 상복을 입고 지내야 한다. 그러나 한없이 애통해하고 슬퍼하는 것은 오히려 신의에 어긋나는 고집센 행위이며, 남자 답지 못한 짓이다. 그것은 분명 신의 섭리에 역행하는 의지의 표현이며, 신앙이 부족한 마음이며, 참을성도 없고 사려분별이 없다는 증거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누구든 체험할수 있는 흔한 일인 것을, 부질없이 반항하면서 슬퍼해야만 하는가? 어리석은 짓이다. 제발 부탁한다. 이곳에 남아서 우리들의 격려와 위안 속에서 나의 중신으로서, 핏줄로서, 아들로서 있어다오




폴로니어스 : 이리 오너라, 내 몇마디 삶의 기교를 일러주마. 마음속의 말을 함부로 입밖에 내지마라. 세치혀로 칼 맞는다. 신기한 발상이라고 가볍게 행동에 옮기지 마라. 신기한 만큼 현실성이 없다. 친구를 사귄답시고 귓볼때기 새파란 자식들과 악수 하지마라. 손바닥만 두꺼워 진다. 그러나 일단 우정이란 이름으로 만나 사이라면 그 우정을 꽁꽁 묶어둬라. 우정만큼 못 믿을게 없느니라. 가능하면 싸움을 피해라. 그러나 일단 하게 되면 상대방이 질릴 정도로 이판사판 밀어붙여라. 가능한 타인의 말을 들어주고 니 말을 아껴라. 남의 말을 듣는 것은 돈도 안들고 안전하지만, 니 말은 시비의 대상이 된다. 돈지갑이 거덜나도록 쓰는 것은 좋지만 표나게 쓰지마라. 다 쓰기도 전에 도둑맞는다. 빚은 지지도 말고 주지도 마라. 빚을 주면 돈과 사람 둘 다 잃고, 빚을 지면 니 마음이 무디어진다. 잘가라, 이게 너에게 주는 내 선물이다



햄릿 :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어느쪽이 더 사나이다울까?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받아도 참고 있어야만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밀려드는 재앙을 힘으로 막아, 싸워 물리칠 것인가? 죽어, 잠들다. 그것뿐이겠지. 잠이 들어 만사가 끝나 가슴 쓰린 온갖 심뇌와, 육체가 받는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면, 그건 정말 바라는 생의 극치 아닌가! 죽어 잠을 잔다. 잠이 들면 꿈을 꿀테지? 이승의 번뇌를 벗어나서 영혼의 잠이 들었을 때, 그때 어떤 꿈을 꿀 것인지, 이게 또 망설임을 주니.....그러기에 이 고해 같은 인생에 집착이 남는 법. 그렇지 않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의 사나운 채찍을 견디며, 폭군의 횡포와 세도가의 멸시, 버림받은 사랑의 고통스러움, 재판의 지연, 관리들의 오만, 유덕한 사람에게 가하는 저 소인배들의 불손,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참고 지낼 것인가? 한 자루의 단검이면 쉽게 끝낼 수 있는 일. 그 누가 이 인생의 지루한 길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진땀을 뺄 것인가? 다만 한 가지 죽은 뒤의 불안이 있으니 이것이 문제로다. 나그네 한번 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저 미지의 세계가 결심을 망설이게 하는것도 엄연한 사실. 그러니 알지도 못하는 저승으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지금 받고있는 재앙이 낫다고 여기는 것도 당연하지. 이런 걱정들 때문에 우린 더 겁장이가 되고, 결의의 저 생생한 혈색도 파리한 병색이 그늘져, 충천하던 의기도 이내 꺾여 마침내는 실행의 힘마저 잃고 마는 것이 고작 아닌가. (3막1장)



햄릿 : 해치우기엔 지금이 좋겠다. 한참 기도중 이구나. 해치우자.
지금 죽으면 천당에 가겠지? 나는 복수를 하게되는 것이고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자.
악당이 아버지를 살해 하였으므로 아들인 내가 살인의 대가로 악당을 천당으로 보낸다?
그렇다면 이건 그 악한을 위해 봉사하는 셈이 되잖아. 그렇게 되면 복수라고 할수 없지
내 아버님은 현세에 모든 욕망을 짊어진채, 죄를 씻을 겨를도 없이, 죄값이 5월의 꼿처럼 한창 기세를 올릴때 그 악당손에 살해되었어. 저승에서의 마지막 심판이 무엇 이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우리들 상식으로 판단해 보건데 필경 아버지는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저 악당이 스스로의 영혼을 깨끗이 씻으며 죽음을 준비하고 있을때 그를 해치우는 것은
복수가 아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



레어티스 : 내 아버님은 어디있소? 어떻게 돌아 가셨소?
결코 날 속일순 없소. 이제 충성은 내 알바 아니오.
맹세 따위는 악마에게 주겠소. 양심도 의리도 지옥으로 팽개쳐 버리겠소!
저주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오.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을거요. 현세나 내세 같은 것도 내겐 없소. 무슨일이 닥치더라도 내 아버님을 위해 복수하고 말겠소. 온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가로막는다 해도 내 힘은 미약하지만 갖은 수단 방법을 써서 어떻게든 끝장을 보고 말거요.
아버지 편이라면 이렇게 두팔을 벌리고 환영할 거요.
자기 가슴의 피로 새끼를 기른다는 펠리컨 새처럼 내 피를 쥐어 짜서도 바치겠소.



****햄릿의 줄거리****

1막 1-2장
덴마크의 엘시노어 성벽에 매일 밤 자정마다 죽은 선왕의 망령이 나타난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보초병들은 그의 아들인 햄릿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선왕이 죽은 뒤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는 현재 덴마크의 왕이며 선왕의 동생인 클로디어스와 재혼한다. 어머니의 재혼을 평소에 못마땅하게 여기던 햄릿은 보초병의 얘기에 놀란다.


1막 3장
재상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어는 햄릿의 애인이다. 폴로니어스는 딸의 정조를 지키기위해 그녀와 햄릿의 교제를 단속한다.


1막 4-5장
햄릿이 엘시노어 성벽을 찾아간다. 자정에 나타난 선왕의 망령은 자신이 동생에게 살해되었다며 햄릿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2막 1-2장
선왕의 서거 후 늘 우울해 있던 햄릿은 망령과의 대화 후 더욱 우울해진다. 햄릿은 자신의 결심을 들키지 않기위해 미친 척하기 시작한다. 놀란 왕은 신하들에게 햄릿을 감시하도록 시킨다. 한편 고민에 빠진 햄릿은 망령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현왕의 살인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연극을 기획한다.


3막 1-4장
햄릿의 광기가 상사병 탓이라고 생각한 왕은 오필리어와 햄릿의 교제를 자유롭게 하도록 한다. 그러나 햄릿은 수녀원으로 가라며 오필리어를 거부한다. 한편 햄릿이 기획한 연극이 상연된다. 상연도중 왕은 충격을 받아 나가고 햄릿은 쾌재를 부른다. 햄릿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왕은 그를 외국으로 내쫓으려 한다. 왕비는 햄릿을 문책하기 위해 그를 부른다.
그러나 되려 왕비가 햄릿의 말에 크게 반성하게 되고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폴로니어스는 햄릿의 칼에 죽는다.


4막 1-4장
왕은 햄릿의 살인을 핑계삼아 그를 영국으로 내쫓는다. 그리고 왕은 햄릿을 살해하라는 비밀문서를 영국으로 보낸다. 그러나 그 문서는 영국에 도달되지 못하며 햄릿 또한 중도에 해적을 만나 덴마크로 다시 돌아온다.


4막 5-7장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오필리아는 실성하여 익사하고 그녀의 오빠 레어티스는 왕의 사주를 받아 햄릿을 죽이려 한다.


5막 1-2장
오필리아의 장례식에서 햄릿과 레어티스는 본의 아니게 주먹다짐을 하게 되고 화해의 의미로서 검술시합을 하기로 한다. 검술시합 도중 햄릿은 레어티스의 독이 묻은 칼에 상처를 입는다. 또한 왕비는 왕이 햄릿을 위해 준비한 독배를 들고 즉사한다. 그리고 레어티스는 햄릿보다 더 큰 상처를 입고 쓰러진다. 죽기 직전 그는 햄릿에게 왕의 모든 흉계를 털어놓고, 이에 햄릿은 독이 묻은 칼로 왕을 찌른다. 복수를 마친 햄릿은 친구 호레이쇼에게 모든 일을 널리 알리도록 부탁하고 서서히 죽어간다.